전세 1년짜리 단기계약 는다
세입자들 "집값 바닥치면 곧바로 내집 마련" … 6개월만 연장하기도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계약기간 1년짜리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계약만료가 다가온 전세 세입자들도 단기 연장에 나서고 있다. 전세 계약은 보통 2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전세기간을 6개월이나 1년만 늘리는 것이다. 세입자들이 전세 계약 기간을 짧게 잡는 이유는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내집마련에 나서기 위해서다.
서울 서초구 동아아파트 105㎡형에 전세를 사는 김 모씨는 얼마 전 집주인과 상의해 임차기간을 1년만 연장했다. 2006년 하반기 김씨가 전세를 얻을 당시 가격은 3억3000만원이었고 집값은 8억3000만원으로 차이가 5억원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집값이 급락하면서 요즘에는 6억원대에 매물이 나온다. 3억원 정도만 추가하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씨는 내년쯤 집값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고 저점 매수 준비에 나섰다. 집주인은 전셋값이 1억원이나 떨어져 큰 돈을 마련해야 했으나 5000만원만 내주는 선에서 1년짜리 단기계약을 허용했다.
성동구 성수동 건영아파트 92㎡형 세입자인 박 모씨도 집주인과 전세기간 단기 연장에 합의했다. 부동산 수수료를 세입자가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1년 안에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집값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전세금 1억5000만원에 은행대출을 더해 주택 구입에 나설 셈이다. 당장 매입할 수도 있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격이 너무 떨어져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목적도 있다.
성수동 K공인 관계자는 "집값 하락으로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들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며 "언제든지 매수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계약기간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김 모씨는 마포구에서 109㎡형 아파트를 4억3000만원에 팔고 서초구 일대에서 1년짜리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 강남에 살면서 주변 시세를 면밀히 파악한 다음 급매물을 잡으려는 의도다. 해외 파견 등의 사정으로 1년짜리 전세를 내놓으려는 사람들은 전세가격을 싸게 내놓기 때문에 단기 전세는 자금운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서초동 A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1년짜리 전세를 살겠다는 세입자가 적었지만 요즘에는 부쩍 늘었다"며 "과거보다 단기 전세 매물이 잘 소화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집주인들은 2년 계약을 선호하지만 예년과 달리 전세 수요가 크게 줄어 큰소리를 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떨어져 정상적으로 재계약을 하면 전세금 반환을 위해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것도 단기연장을 받아들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전세 세입자들이 단기 임차계약을 맺는 것은 외환위기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라며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이 적어도 내년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 Tong - goggle님의 재테크 / 경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