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늦었다 싶어 서두르면 낭패 보기 십상인 까닭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이야기할 ‘재테크’는 두드리고 또 두드려보고 건넌 돌다리에서도 아찔한 순간이 부지기수인 스펙터클한 장르다. 무엇보다 냉철함과 전문가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있는 돈을 장롱 속에 처박아 두란 말은 아니다. 다만,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탕으로 깔려야만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정연주 씨의 재무진단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정연주 씨의 재정상태표와 현금흐름표를 들여다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시 대출을 받아 주식 또는 펀드투자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였다. 개별 주식 종목에 관한 언급이 없어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만약 남편 분의 직업이 주식 관련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개별 주식은 정리하는 게 좋다. 주식직접투자는 투자자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따라서 소수 종목에 집중하여 한 번에 높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만큼 위험도가 높고 기업고유의 위험에 따라 장기 투자 시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 이다. 그보다는 시장의 수익률을 따라가며 약간의 초과 수익을 바라볼 수 있는 펀드 등의 간접투자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 또한 주식개별투자를 하는 경우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다. 자금이 풍부하여 돈을 잊어버리고 살 수 있는 부자투자가가 아닌 이상, 전업 또는 전문 투자자의 경우 하루 2시간 이상 주식에 신경을 써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주식개별투자다. 반면 펀드투자는 한 달에 2시간 정도만 신경을 써도 괜찮다. 전문가가 이를 보완하기 때문이다. 물론 펀드투자도 위험성이 있고 시장 하락 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회복한다면 펀드는 당연히 회복하며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다.
그런 연유로 현재 1600만 원 가입 펀드는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히 투자하기를 권한다. 최근 시장의 급격한 조정으로 불안함이 엄습하겠지만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느긋하게 대처하겠다는 진정된 마인드다. 그러나 펀드를 재구성해야 될 필요는 있다. 해외펀드에 편중되어 있고, 변동성이 큰 중국시장에 많은 금액이 투자되어 있다는 게 불안하다. 그보다는 한국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현재 가입한 디스커버리 펀드는 운용능력이 입증된 괜찮은 펀드이지만 성장주펀드이므로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하나 더 선택해서 대형성장주펀드인 디스커버리와 함께 두 종류의 국내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현재 불입 중인 적립식펀드 3개도 계속 가지고 있기를 권한다. 지금처럼 1~2년 정도 침체가 계속 될 시기에 적립식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2-3년 후 햇볕이 비출 때 더 큰 수익을 얻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자.
그 다음으로 걱정되는 정연주 씨 재무구조 중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 비율이다. 현재 총 자산의 24%가 대지에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이 불안 요소인 것. 꼭 필요한지, 정말 투자가치가 있는지 냉정히 판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 상황으로서는 기타 과외로 들어가는 긴급한 지출이 없기에 여기저기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넉넉할 때 향후 자녀 출생 이후 목적자금마련과 노후자금 등으로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돈 들어갈 데가 없네’ 싶은 순간은 잠깐이다. 남는 돈으로 뭘 해야 하는가, 고민될 때가 먼 미래를 위한 꾸준한 투자를 시작할 때임을 명심하자. 그런 까닭에 현재의 변액연금보험(30만 원)을 20만 원 정도 증액할 것을 권한다. 그리 형성된 변액연금보험(증액 분 포함 50만 원)은 은퇴자산으로 별도 분류하여 행복한 노후를 위한 자금으로 운용하면 된다. 더불어 현재 매월 불입하는 적립식펀드 90만 원과 앞서 새로 가입하기를 권한 한국주식형펀드 30만 원을 합한 120만 원은 자녀출생 및 교육비 마련 또는 주택자금마련 용으로 최하 5년을 목표로 투자한다. 개별 주식은 정리하여 비상자금(현재 생활비(110만 원)의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으로 500만 원 정도 MMF에 묶어둔다. 나머지는 대출상환용으로 사용한다. 그렇게 대출을 해결하고 나면 추가 저축 여력이 생기는데 이때의 추가 저축 여력 분으로 적립식투자를 병행하면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재테크를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의료실비 및 종신보험’의 보장내용도 검토하여 부족한 부분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투자임을 기억해야 한다. 뜻밖의 사고 혹은 질병이 탄탄한 금융 포트폴리오를 깨뜨릴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내 집 마련에 관한 고민은 두 가지 방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광주시내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 물론 이미 정연주 씨가 느끼고 있듯 현재 광주광역시의 아파트는 투자가치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전세금 수준도 낮아 아파트 투자 선호도 역시 낮다. 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는 이유 중에는 투자가치 외에도 ‘주거의 안정성’이라는 거대한 측면이 있다. 만약 그 부분을 고려한다면 현재 시점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최근 광주광역시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조건이 중도금납입면제 및 할인분양과 같이 양호하므로 이 점을 적극 활용한다면 30평형대 아파트 취득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굳이 먼 시일 39평형 아파트에 살겠다며 다짐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덧붙이자면 광주광역시내 선호주거 지역은 금호지구, 풍암지구, 상무지구, 수완지구 등 남부와 서부권역별 아파트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당분간 지방 전세 생활을 유지하면서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여 수도권 일대 재개발지분투자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필요한 순수 현금 투자액은 1억3000~1억6000만 원 수준(대출금액 별도)이다.
30대 재테크 고수라면, 급할수록 천천히 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