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11. 26.

    by. 민아세상

    ‘한국식 FA 계약’, 박재홍이 정답이다

    [OSEN=박선양 기자]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은 지난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 대표와 3자 회동을 갖고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대폭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선수협이 요구한 내용 중 핵심은 '계약금과 다년계약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프로야구 8개 구단들은 올 FA 시장에서는 '규약대로'를 외쳤으나 결국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FA 선수가 타구단으로 옮길 때 '계약금 금지, 다년계약 금지, 전년도 연봉 50% 초과 인상 금지' 등 '3불 규약'을 지키자고 약속했으나 LG의 외야수 이진영, 내야수 정성훈과의 FA 계약을 보면서 곧이곧대로 믿는 구단이나 팬들은 없었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규약을 준수한 내용이었지만 이면계약으로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눈가리고 아웅'식이었다.

    구단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2006년 SK 와이번스와 외야수 박재홍(35)의 FA 계약이 모범답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재홍은 당시 '2년+2년'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눈길을 끌었다. 계약 초반 2년 동안 일정 수준의 성적을 올려야만 후반 2년 계약이 자동연장되지만 초반 2년에서 성적이 미달되면 재계약서를 써야하는 방식이었다.

    박재홍은 '2년+2년 계약'으로 총액 3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으나 초반 2년에서 약속했던 옵션을 다 채우지 못하는 바람에 후반 2년 계약서를 재작성하며 당초 받기로 했던 금액보다 삭감됐다. 옵션미달로 협상의 주도권을 구단에 넘겨주는 바람에 계약금이 3억원이 깎인 총액 12억원에 재계약했다. 대신 옵션 기준이 낮아져 결국 박재홍은 4년 FA 계약 동안 26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당시로는 특이한 계약 방식으로 화제가 됐던 박재홍의 FA 계약이 요즘 구단들로부터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 박재홍 계약이 정답인 것 같다. 초기 2년 계약을 해놓으면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활약을 펼친다. 계약 첫 해에는 '먹튀'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2년차에는 재계약을 당초 원안대로 이뤄내기 위해 열심히 뛴다. 후반 2년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FA 대박 계약을 노리기 위해서는 4년 내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 " 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 박재홍이 초반 2년 계약에서 옵션을 달성하지 못해 후반 2년에서 손해를 봤지만 구단으로선 안전장치를 확실히 할 수 있었던 계약이었다. 앞으로 FA 계약을 맺을 때 모범답안으로 활용할만 하다 " 며 " 선수협과 FA 문제를 협의할 때 이런 방식을 적극 도입하는쪽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 고 강조했다.

    이면 계약으로 몸값이 상승해서 어려움을 겪는 구단은 물론 계약금이 없어지는 등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도 고려해볼만한 계약 방식이 '박재홍 계약'인 것이다. 구단들과 선수협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