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11. 26.

    by. 민아세상

    이연희 '첫상

    이연희 '첫사랑'엔 성공했는데 '짝사랑'도 성공할까요
    "첫사랑 아이콘 잊고 연기를 짝사랑"

    '백만장자의 첫사랑', 'M', '내 사랑'…

    평생 비슷한 역할만 할 순 없잖아요

    사람냄새 나는 연기 목표로 지금은 '수업 중'입니다
    입력 : 2008-11-26 09:34:07
    [조선일보 제공] 스무 살 이연희. 이제 '소녀'라고 불리기에는 겸연쩍은 나이다. 10대를 막 벗어난 이 풋풋한 배우가 인터뷰 시작부터 씩씩하게 다짐이다. "전에는 다들 '어리니까 괜찮아'라고 다독거려 주셨는데, 이제 어리다고 용서되는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자립심을 키우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풀의 인기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순정만화'(27일 개봉)에서 이연희는 서른 살 윗집 총각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고 2년생 수영 역을 맡았다. "신기하죠? 고등학교 다닐 때 강풀 작가의 원작 만화를 보고 나서 감동받았거든요. 그때 수영이 역할이 참 탐났어요. 그런데 정말 그 역할로 캐스팅 제안을 받으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그녀는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스크린 데뷔작인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의 은환도 그랬지만, 'M'(2007)의 미미, '내 사랑'(2007)의 소현까지 그녀는 늘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다. 발랄함과 청순함을 동시에 뿜어내는 그녀의 매력을 감독들이 사랑한 때문이다. 물론 신인 여배우로서 대단한 매력이고 장점이지만, 같은 역할을 반복하는 타입캐스팅(typecasting)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지겹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까 봐 저도 걱정 많아요. 그래도 이번 수영이는 그렇게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가끔씩 거친 또래 친구들처럼 욕도 하고, 망가지는 모습도 많이 보여주죠."

    영화 속 수영은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 간혹 지하철에서 만나는 거친 소녀들처럼 육두문자(肉頭文字)도 거침없는 왈가닥 소녀지만,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간 아버지에 대한 상처로 또래보다 훨씬 조숙한 일면도 있다. 장난기 넘치면서도 톡톡 튀는 여고생 소녀와 '서른 살 아저씨'를 마치 아들처럼 보살피는 엄마 같은 여고생 사이를 왕복하는 그녀의 연기가 풋풋하다. 열두 살 차이의 아저씨와의 사랑에 대해서는 "10대 때는 용서가 안 됐는데, 20대가 되니 이해되더라"며 깔깔거린다.

    영화에 대해서는 뿌듯해하던 그녀가 TV로 화제를 옮기자 울상이다.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연기가 어색하다"는 집중포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연희는 "어휴~" 하며 한숨을 쉬더니 "그래도 관심이 있으니까 지적도 해 주시는 거겠죠?"라고 되묻는다. "선배들이 충고를 많이 해주세요.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망가뜨려라. 그래야 편해지고 연기도 좋아진다'라고. 지금은 '수업 중'이라고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사람냄새 나는 연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할게요."

    중앙대 연극과 07학번. 지금은 휴학 중이다.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첫사랑 역할은 당분간 벗어나고 싶다는 게 이 '첫사랑의 아이콘'의 작은 소망이다. 선배 여배우 중에 역할 모델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당차게 말했다. "김혜자, 김해숙 선생님을 존경해요.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연기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하지만 '롤(role) 모델'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롤 모델이 있다 해도 제가 그 사람처럼 연기할 수는 없잖아요. 실제로 그 사람이 될 수도 없고요. 그보다는 우선 지금 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는 것, 그래서 하나하나 인정을 받는 것, 그게 제겐 가장 중요해요."